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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소식

[한은택목사] 성지순례에서 깨달은 ‘감사’

처음 이스라엘 성지를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할 때, 거룩한 땅을 방문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고, 예수님이 거니시던 갈릴리를 배 타고 건널 수 있다는 생각에 한껏 마음이 고양되었습니다. 하지만 20시간이라는 긴 여정을 거치며 두근거리던 가슴은 금세 꺼져버렸고, 몸과 마음이 지쳐버렸습니다. 숙소인 베들레헴에 도착했을 때, 불평과 불만은 극에 달하여, “다시는 오고 싶지 않다”는 생각까지도 들었습니다. 베들레헴의 숙소는 생각보다 많이 낙후된 곳이었고, 인천에서 출발한지 24시간 만에 숙소에 도착하였기 때문에, 저의 불평은 정당하다고까지 생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옆에 있던 사모가 이야기 했습니다. “여보, 너무 감사하지 않아요?” 제가 대답했습니다. “뭐가 감사하단 말이예요? 이렇게 힘들고 지치는데” 저의 불평에 사모가 대답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사모가 말했습니다. “여보, 우리 예수님은 베들레헴에서 머무실 곳이 없어서 말구유에 태어나셨는데, 우리는 이 베들레헴에서 이렇게 좋은 숙소에 머물 수 있다니, 너무 감사하지 않아요?”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순간 머리를 망치로 맞은 것 같았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감격했고 부끄러웠고 또 감사했습니다. 나 같은 죄인을 살리기 위하여 하늘 보좌를 버리신 분께서, 말구유에 태어나심에 감격했고, 성지에 와서까지 불평하고 불만이었던 부족한 목사라는 것에 부끄러웠고, 현명한 아내를 통하여 감사를 회복할 수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시작된 성지순례에 하나님께서 한량없는 은혜와 감사를 더욱 부어주셨습니다. 감사로 시작된 성지순례는 더욱 커다란 감사로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영적인 원리가 숨겨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로 시작된 여정이 더욱 커다란 감사로 마무리하게 되는 것을 보면서, 하나님은 우리가 감사할 때, 우리 인생의 여정에 더욱 커다란 감사를 더하시는 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성경은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은 ‘더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역대상 말씀에 하나님은, 복에 복을 더하시는 하나님이시고, 요한복음에 하나님은 은혜 위에 은혜를 더하시는 하나님이시며, 로마서에 하나님은 믿음에서 믿음으로 이르게 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이것이 영적인 원리 즉 ‘더하시는 은혜’인 것입니다.

마태복음 25장 29절은 말씀하십니다.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 이것이 영적인 원리입니다. 감사가 넘치는 사람은 더욱 받아 풍족함을 누리게 될 것이고, 감사가 메마른 사람은 빼앗겨 더욱 메마르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님께서 베푸신 자연을 관찰할 때, 그분이 주시는 일반은총을 통하여 우리는 더욱 이 원리를 깊이 깨닫게 됩니다. 사막과 밀림을 비교해보았을 때, 비가 필요한 장소는 어디일까요? 당연히 사막에 비가 필요합니다.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사막은 메말랐고 밀림에는 물이 넘쳐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비는 물이 풍족한 밀림에는 내리고, 사막에는 내리지 않습니다. 이유는 물이 물을 끌어당기기 때문입니다. 밀림에는 수분이 있고, 수분이 나무를 키우며, 나무가 머금고 있는 수분이 증발되어서 또다시 비가 생성되고, 비는 나무를 키우게 됩니다. 밀림에는 풍부한 물의 선순환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사막에는 물이 없기 때문에 증발할 수 있는 수분이 없고, 자연히 내릴 수 있는 비도 없으며, 점점 더 말라가게 되는 악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우리의 인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인생에 감사가 넘치면, 감사는 찬양을 만들어내고, 찬양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합니다. 감사의 언어는 이웃을 행복하게 합니다. 기쁘신 하나님께서는 그 인생에 은혜를 ‘더해주실 것’이고, 그 주변의 행복한 이웃들은 더욱 풍성한 은혜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 은혜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반대로 아무리 돈이 많고 풍족한 상황 속에서라도, 불평과 불만만을 이야기한다면, 감사가 마르고, 찬양이 마르고, 그 위에 하나님께서 ‘더하시는 은혜’가 마르기에, 인생이 말라가는 영적 악순환을 겪게 될 것입니다.

“마음사전 비움과 채움”이라는 책에서 송길원 목사님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인생의 가장 큰 저주란 목마름이 아니다. 만족할 줄 모르는 메마름이다’고 했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하나님의 은혜에 목마를 때가 있습니다. 인생에 부족함이 있습니다. 모든 것이 충족되는 인생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모든 인생에는 부족함이 있고, 갈증이 있고, 불편함이 있습니다. 그런데 인생의 목마름은 오히려 축복의 통로가 될 때가 많이 있습니다. 우리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목마름을 채워주시는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우리가 목말라할 때에 반드시 우리를 채우실 것입니다. 우리의 목마름은 오히려 간증의 시작점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인생의 메마름입니다. 감사와 찬양이 메말라 있을 때, 만족할 줄 모르는 메마름이 우리의 인생을 점령하고 있을 때, 어떤 풍족한 물질과 천만금이 있을지라도 우리 인생은 채워질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의 인생이 메마를 것인가? 목마를 것인가? 이것은 우리의 선택입니다. 우리의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목마를 때, 억지로라도 감사해야 합니다. 배고플 때, 억지로라도 찬양해야 합니다. 감사할 것이 없을 때 십자가를 묵상하며 감사해야 합니다. 출애굽 당시, 광야에서 목말라 죽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배고파서 죽은 사람도 없습니다. 더위나 추위에 몰려 죽은 사람도 없습니다. 그러나 감사하지 않아서 죽은 사람은, 헤아릴 수 없습니다. 메마름이 한 세대 전체를 몰살시켰습니다.

부족하고 부끄러운 목사의 성지순례는 하나님의 은혜와 감사로 시작하게 되었고, 더욱 커다란 은혜를 더하셔서, 지극한 찬양과 감사로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인생의 여정이 감사로 시작하여 더하시는 은혜를 맛보며, 지극한 감사로 마무리하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한은택 목사

◇필자 한은택 목사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와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했다. 현재 인천영락교회 담임목사이며, 국제독립교회연합회(WAIC) 인준 신학 교육기관인 웨이크사이버신학원에서 교수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