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확실한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좋고 불확실한 건 나쁘다고 여깁니다. 혹시 보험을 가입한 일이 있나요. 보험회사에서는 가입 후 약관을 보내주는데 그 양이 엄청납니다. 책 한 권은 족히 돼 보이는 두께에 깨알 같은 글씨로 가득하죠. 왜 그렇게 복잡하게 써놓았을까요.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입니다. 미래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가입하는 게 보험인데, 정작 계약서는 미래에 있을지 모를 분쟁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세세히 규정하다 보니 정작 읽는 사람은 별로 없는 책이 돼 버렸습니다.
우리가 사는 땅은 확실할까요. 과학자들에 의하면 우리가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땅은 사실 확실하지 않다고 합니다. 지각은 거대한 반고체 상태의 표면 위에 떠다니는 조각과 같아서 지표면에서는 수시로 화산이 분출하고 지진과 해일이 일어납니다. 게다가 요즘에는 싱크홀 사고도 잦은 것 같습니다. 언제 땅이 꺼질지 모르는 것이죠. 확실한 건 우리가 불확실한 조건들 가운데 노출돼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불확실성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일 뿐, 엄밀히 말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닙니다. 불확실성을 긍정의 언어로 바꾼다면 그것은 차라리 자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유는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면서 부여한 것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유독 인간은 자신에게 주어진 이 자유를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는 방향으로 사용했습니다. 선악과를 따먹고 말았죠. 그러면 확실한 미래가 열릴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예상과 다른 결과가 찾아왔습니다. 인간이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된 것입니다. 확실한 것으로 여겼던 것 때문에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로 전락한 것입니다.
우리는 미래가 확실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에 벌어질 일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상상하기도 하죠. 그런데 미래를 알면 행복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미래를 오히려 현재에 가두는 결과를 낳기 때문입니다.
사람에게 희망이 사라질 때 살아도 죽은 인생이 되고 맙니다. 그런데 확실한 미래라고 여긴 것이 우리에게서 희망을 앗아간다는 사실입니다. 사람들은 재미로 점을 본다지만 보고 나면 결과에 구속되고 신경을 쓰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성경은 장래를 알 수 없다고 말합니다. 하나님에게는 알려진 미래이지만 우리에게는 철저히 감춰진 미래인 셈입니다. 다만 하나님은 우리에게 확실한 한 가지 방향을 알려 주셨습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를 통해 땅과 자손의 축복, 구원의 은혜를 베풀고자 한다는 약속이었습니다.(창 12:1~3) 성도는 불확실성 가운데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믿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삶을 사는 성도에게 미래는 두려움의 대상이 못 됩니다. 오히려 유익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우리가 전적으로 의지할 자를 신뢰할 줄 아는 인생이 되도록 돕는 배경이 되기 때문입니다.
불확실한 현실은 나쁜 게 아니라 오히려 인생의 의미를 묵상하게 하고 주님과 동행하는 행복을 느끼게 합니다. 하나님 나라에 주목하며 세상을 살게 하는 원동력도 됩니다.
“사랑하는 자들아 우리가 지금은 하나님의 자녀라 장래에 어떻게 될지는 아직 나타나지 아니하였으나 그가 나타나시면 우리가 그와 같을 줄을 아는 것은 그의 참모습 그대로 볼 것이기 때문이니”는 오늘의 본문 말씀입니다.
미래의 소망을 붙들고 살아야 합니다. 불확실하지만 주님을 의식하며 동행하는 삶을 사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를 축복합니다. 이런 삶을 사는 성도에게는 두려움은 사라집니다.
김호연 서울목양교회 목사
◇서울목양교회는 성도와 지역 사회와의 소통과 연결을 지향하는 신앙 공동체입니다. 선교와 구원의 사명을 감당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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